Today's TMRRW
- 피아니스트 김지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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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책에 사인을 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지윤
- 독립서점 쿨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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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ever You're Ready
김지윤 피아니스트의 <백만 번의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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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ever you’re ready” 무대 감독이 피아니스트를 바라보며 무대로 향하는 문의 손잡이를 잡는다. 피아니스트는 생각한다. ‘Ready? 내가 과연 준비되었나?’ 홀로 연습실에서 보낸 수천, 아니 수만, 아니 수억 시간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훑어 지나간다. 늘 불안하게 느껴지던 그 부분이 떠오른다. 마른침을 삼킨다. 그러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운다: “지윤아, 너는 사랑받고 있어. 그리고 네 안에 사랑이 넘쳐흐르고 있어. 이 사랑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면 돼. 너는 사랑이야.” 순간 소용돌이치던 마음이 잠잠해진다. 그리고 담대함이 그의 마음에 고요히 퍼진다.
무대를 향한 문이 열리고 피아니스트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 들어온다. 그는 청중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다.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그리고 기도하듯 눈을 감고 경건히 고개를 숙인다. 이윽고 그의 길고 가는 손가락이 건반을 누르자 브람스의 Intermezzo, Op. 118, No. 2의 곡조가 메아리가 되어 홀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청중의 가슴은 작곡가가 200년 전 쓴 사랑의 고백으로 서서히 젖어 든다. 그렇게 브람스와 관객, 그리고 피아니스트는 하나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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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숫자와 상관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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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현실 속 우리는 숫자로 성공의 척도를 잰다: 등수, 나이, 연봉, 팔로워 수, 조회 수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숫자를 계산하거나 세는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그저 나무처럼 흐르는 계절 속에서 묵묵히, 그리고 평온히 성장하고 무르익어가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1등만을 인정해주는 차가운 세상! 그 속에서 올곧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낸 한 예술가의 따뜻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단 한 사람을 위한 피아니스트
비가 장대같이 내리는 저녁이었다. 독립서점 쿨디가의 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보조개 웃음으로 밝고 따뜻하게 공간을 가득 메웠다. 그가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환한 빛 같이 느껴졌다. “저는 연주할 때 한 사람의 청중, 제 연주를 듣고자 하는 바로 그 한 사람을 생각해요. 그리고 제 연주가 그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오늘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김지윤의 말이다. 필자는 과거 숱하게 많은 연주자의 연주를 들어왔다. 어떤 연주는 너무나 완벽해서 필자를 차갑게 질려버리게 하는가 하면, 어떤 연주는 테크닉이 완벽하지 않아도 영감을 주는 연주가 있다. 김지윤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그렇다—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그런 연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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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와 관객이 감정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
바로 클래식 음악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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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도 이제 N잡러 시대
이 시대에 N잡러(여러개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부르는 말)라는 타이틀은 더 이상 특이하지 않다. 하지만 현재 활발히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콘서트 피아니스트’라면 다르다. 그는 피아니스트라는 본업 외에 유튜버, 팟캐스터, 작가, 기획사 대표 등 몸이 두 개라 해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일을 혼자 다 해내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유튜브 채널(Jeeyoon Kim, pianist)과 팟캐스트(Journey Through Classical Piano)를 운영하며 팬들과 소통했고 카네기홀 데뷔 무대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그리고 “Namus Classics”이라는 1인 기획사를 스스로 차려 총 3개의 음반(“10 More Minutes”, “Over. Above. Beyond.”, “시음 / Si-Um”)을 발매하기도 했다. <Whenever You’re Ready>라는 자기계발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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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Above. Beyond' 앨범 중 첫번째 트랙 뮤직 비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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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활동은 그를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주목하게 했고 그 결과 지난 7월 국내의 출판사인 다산북스에서 <백만 번의 상상>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최인아책방’에서 열렸던 출간 기념 ‘북토크’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만석을 이루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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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신문섭이 그린 최인아 책방에서의
피아니스트 김지윤 북콘서트 (출처 : @jeeyoonkimpian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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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
- 나를 위한 기획사 대표가 되다
정통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음악가가 어떤 콩쿠르에서 우승했는지, 그리고 어떤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그 음악가의 성공을 판가름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간 그의 행보는 특별하다.
그도 처음에는 다른 음악가들처럼 세계 최고를 꿈꾸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인디애나대학교 제이콥 음대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함께 공부하며 자신의 음악의 깊이를 더해갔다. 하지만 그는 졸업과 동시에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교수를 채용하는 대학교에 원서를 넣어보기도 했으며 전속 피아니스트를 뽑는 에이전트에게 찾아가기도 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때 그는 자신을 믿고 선택하기로 했다. 기존 클래식계가 세워놓은 틀을 깨고 숫자로 정의되는 성공 지표에 맞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항해보기로 말이다. 그렇게 그는 본인 자신이 소속사의 대표이자 소속 음악가가 되었다.
그는 음반을 제작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하고,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유튜브 라이브로 작은 음악회를 여는 등 정통적인 클래식 음악계의 관행을 깨고 오로지 자신이 팬들과 함께 즐거울 수 있는 과정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였다.
오프라인 연주회를 할 때에도 정통 클래식 콘서트처럼 연주만 하고 무대 뒤로 들어가지 않았다. 연주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과 음악이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도록 그는 연주자이자 해설가가 되었다. 이는 클래식 음악이 지향하는 신비주의나 상류층만의 음악이라는 오해를 깨고 싶었던 그의 선택이었다. “제가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청중들과 소통하기 시작하자 반응이 엄청났어요. 그들은 제게 와서 말했죠: “이제서야 이해가 돼요! 클래식 음악의 힘은 바로 감정의 하나 됨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들은 그의 음악과 새로운 시도를 응원했다.
김지윤 피아니스트의 또 다른 사명은 젊은 세대가 클래식 음악을 더욱 사랑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이 점점 줄어져 가는 추세를 깨고 싶어요. 미국에서는 클래식 음악 청중들은 점점 더 나이가 들어가고 있어요. 한국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는 가슴 아픈 현실이죠.”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 그는 유투브, 인스타그램, 그리고 책까지 쓰게 되지 않았을까. “저는 이 클래식 음악이 줄 수 있는 감정을 젊은 세대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어요. 클래식 음악을 진정으로 경험해서 더 이상 클래식 음악이 죽어가는 전통이 아니라 200년 전 쇼팽과 베토벤 시절 때 일어났던 청중과 음악가와의 그 하나 됨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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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의 삶에서
수도사의 삶을 발견하다
그는 늘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재점검하며 자신이 음악을 하는 이유를 잊지 않으려 한다. “저보다 더 훌륭한 피아니스트들이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이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무대에 설 때면 제 연주를 들으러 온 관객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 혼자만 질 수 있어요. 그들은 그 순간 오롯이 제 연주만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에요. 저는 그저 그 음악을 담는 그릇일 뿐이에요.” 그는 음악가로 산다는 것이 엄청난 특권이라고 말한다. 음악을 연주하는 행위로 인해 가장 먼저 그 음악이 주는 치유와 사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연주자로서의 사명은 이 음악을 통해 받은 느낌을 관중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는 사랑의 메신저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저를 보지 마세요. 저를 통해 흘러나오는 이 아름다운 예술, 브람스가 전해주고자 했던 이 사랑의 메시지를 온전히 느껴보세요.” 그는 누군가가 자신의 음악을 들으며 함께 하는 순간 영혼과 영혼이 소통하는 강렬함을 경험한다고 한다. “제가 느낀 아픔으로 연주를 통해 고스란히 표현할 때 그 음악을 듣고 상처받은 한 영혼이 위로받았다고 한다면 제 연주는 성공한 것이에요.”
이러한 연주를 하기 위해서 그는 순간순간 자신 속에 부정적인 목소리와 감정들을 씻어내려 노력한다고 한다. “저는 가끔은 저의 삶이 수도사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만일 내 안에 더러운 것들이 있다면 나를 통해서 아름다운 것이 표현될 수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나는 투명해지기 위해 노력해요. 늘 음악이 저를 통해 온전히 표현될 수 있도록 내 안의 오물들을 깨끗이 씻어내어야만 하는 이유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이 음악을 담을 수 있는 깨끗하고 투명한 그릇이 된다고 하는 그. 청중에게 온전히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해 그는 마음가짐을 수시로 점검하고 또 재점검한다.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사랑의 목소리로 밀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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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가 끝났다. 피아니스트는 홀로 독방에 앉아 있다. 창문을 통해 깊은 밤하늘을 바라본다. 자신에게 질문한다. 오늘 나는 최선을 다했는가? 문득 연주 중 했던 실수가 생각난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고된 연습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즉시 그는 고개를 저으며 속삭인다.
“완벽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 내 안의 사랑이 한 영혼에 전달되었다면, 그래서 그 영혼이 잠시나마 위로와 쉼을 누릴 수 있었다면 그 사실만으로 나는 행복해.”
삶의 아픔과 고독함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나무 같은 예술가, 김지윤. 홀로 남은 그 쓸쓸한 순간들을 음악으로 채워 사랑과 행복함을 만들어 낸 그에게서 깊이 있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그의 음악은 머리가 아닌, 마음을 움직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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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백만 번의 상상_다산북스, 우) Whenever You're Re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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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소개:
정예원 | Rinnah Chung
보스턴 칼리지 (Boston College) 영문학 학사 (B.A.)
라이스 대학 (Rice University, 'Shepherd School of Music') 바이올린 석사 (M.M.)
투모로우 매거진/뉴스레터 에디터, 통/번역가,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로 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 N잡러이다. 커피보다는 차를 즐겨 마시고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을 갖는 것을 가장 큰 행복이라 여긴다.
무엇보다 문학과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며 이 두 매개체를 이을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다.
투모로우 레터(TMRRW LETTER)
발행인 및 편집장 : 김명희
인터뷰, 글 및 자막 번역 : 정예원
편집 및 교정 : 유수빈
영상 촬영 및 편집 : 배지연
기사 제보 및 문의: pulette.inf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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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영화 소개
- 'K클래식 제너레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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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슬픔이 모두 담긴 눈부신 무대 위 바로 그 순간!
K클래식 제너레이션 메인 예고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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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출연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놓치지 마세요! 8월 31일 (수) 저녁 7시 30분
메가박스 코엑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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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TMRRW(내일)”이 궁금하신가요?
"우리들의 음악이 새로운 시대를 열거야"
- <K클래식 제너레이션> 감독 : 티에리 로로 수입 : 뮤직앤아트컴퍼니 배급 : 엣나인필름
쇼팽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조성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소프라노 황수미,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문지영, 반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 우승자 에스메콰르텟 등 K-POP을 이을 K-Classics을 다룬 특별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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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쿨디가(Bookstore KULDIGA)
북.클.럽(book.classic.love) 동네책방이자 문화매개공간.
북큐레이션 뿐만 아니라 클래식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주소 : 서울시 서초구 효령로55길 22 그린빌오피스텔 401호
(남부터미널 6번 출구)
이용방법 : 사전예약제로 이용 가능 (코로나 끝날때까지 최소 하루 전, 동시간대 1팀만 예약 이용 가능)
(네이버 예약 개설 예정)
북토크, 소모임 등 대관 및 홍보콘텐츠 제작, 협업 등 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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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디가(KULDIGA)'는 북유럽 '라트비아(Latvia)'의
작은 소도시 이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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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컴퍼니 '플레트(PULETTE)'
'투모로우(TMRRW)' 매거진 & 뉴스레터 & 커뮤니티를
발행 및 운영하는 출판브랜드 '무터프레스(mutterpress)'와
독립서점이자 문화매개공간 '쿨디가(KULDIGA)' 운영
플레트 사무실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신촌로2길 19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3층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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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신촌로2길 19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3층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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